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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통상협상과 희토류: 전략적 자원의 부상과 지정학적 파장 분석
    news 2025. 6. 1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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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전선, 희토류

    2025년 상반기, 격화되었던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2025년 6월 10일에서 11일 양일간 런던에서 개최된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은 연초부터 고조된 상호 관세 부과와 보복 조치의 파고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 협상은 중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기존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넘어 특정 전략 자원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미묘한 시점에 진행되었다. 실제로 미중 양자 무역액은 이미 이전부터 관세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과거에는 미중 무역 갈등의 전면에 부각되지 않았던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s)가 중국의 "핵심 무기"이자 주요 협상 카드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2025년 4월, 7개 희토류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며 미국의 주요 산업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런던 협상에서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 문제가 관세 문제보다 더 중심적인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미중 무역 분쟁의 양상이 단순한 관세 공방을 넘어, 특정 전략 자원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미중 무역 분쟁이 광범위한 상품군에 대한 포괄적 관세 부과를 특징으로 했다면 , 2025년에 들어서는 중국이 희토류와 같은 특정 핵심 원자재에 대한 접근을 통제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압박을 가하는 양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표적화된 자원 통제는 미국의 첨단 기술, 방위 산업, 친환경 에너지 등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자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특정 지점, 즉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활용하여 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을 넘어선 지정학적 경쟁의 심화를 예고한다. 향후 국제 통상 협상은 시장 접근성이나 무역 균형 문제뿐만 아니라, 전략 자원의 안정적 확보 및 공급망 안보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

    희토류는 주기율표상의 17개 화학 원소를 총칭하는 용어로, 지각 내 매장량이 반드시 "희소"한 것은 아니나 경제적으로 채굴 및 분리·정제가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희토류는 크게 경희토류(Light Rare Earth Elements, LREEs - 예: 란탄, 세륨,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와 중희토류(Heavy Rare Earth Elements, HREEs - 예: 터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루테튬)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중희토류는 경희토류에 비해 매장량이 적고 가치가 높으며, 공급 제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이 2025년 4월 단행한 수출 통제 조치 역시 다수의 중희토류를 포함하고 있었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 친환경 에너지, 방위 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활용된다.

    • 첨단 기술: 스마트폰, LCD 스크린, 레이저, 촉매 변환기, 광학 유리,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반도체 등 현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품 생산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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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 에너지: 전기차(EV) 모터 및 풍력 발전 터빈의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청정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현재의 3배에서 7배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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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위 산업: F-35 전투기(대당 900파운드 이상 사용), 버지니아급 및 컬럼비아급 잠수함, 토마호크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 프레데터 무인항공기(UAV), 합동직격탄(JDAM) 등 첨단 국방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90일간의 희토류 공급 중단은 미국 국방 관련 계약업체 생산라인의 78%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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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중국의 전략적 영향력은 고성능 응용 분야(특히 방위 산업 및 고온 영구자석)에서 필수적인 중희토류와, 이들 원소에 대한 중국의 거의 독점적인 정제 능력에서 비롯된다. 디스프로슘, 터븀과 같은 중희토류는 전기차, 풍력 터빈 및 군사 장비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이 고온을 견디는 데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2025년 4월에 단행한 수출 제한 조치는 이러한 중희토류(사마륨, 가돌리늄, 터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이트륨)를 구체적으로 겨냥했다. 2023년까지 중국은 전 세계 중희토류 정제량의 99%를 차지했으며, 유일한 대안이었던 베트남 정제 시설이 가동 중단되면서 사실상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미국은 이트륨의 경우 100% 수입에 의존하며(그중 93%가 중국산), 디스프로슘, 터븀, 이트륨, 루테튬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수입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희토류도 중요하지만, 중희토류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중국에게 특히 첨단 국방 및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더욱 강력하고 대응하기 어려운 형태의 영향력을 제공한다. 이는 희토류 다변화 노력이 중국 외 지역에서의 안전하고 탄력적인 중희토류 정제 능력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함을 시사한다.  

    글로벌 희토류 시장과 중국의 지배력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 채굴: 2023년 및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의 약 69-70%를 차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5년 광물자원 요약 보고서(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는 2024년 중국의 희토류 산화물(REO) 채굴량을 27만 톤(전 세계 총량의 69%)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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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리/정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분리 및 정제 능력의 약 85-90%를 통제하고 있다. 특히 중희토류 정제 능력은 9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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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석 제조: 전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의 거의 90-92%를 중국이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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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장량: 중국은 약 4,400만 톤의 REO 매장량을 보유하여 세계 최대 매장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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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이러한 지배력은 단순히 지질학적 우위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의도적인 산업 정책의 결과물이다. 정부 보조금, 저리 융자, 그리고 과거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환경 규제 등을 통해 중국은 글로벌 경쟁자들을 가격 경쟁에서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했다. 덩샤오핑이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은 많은 서구 생산업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희토류 가치 사슬의 중간 및 하위 단계를 독점했다.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이 대일 희토류 수출을 비공식적으로 제한했던 사건은 희토류가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건은 수입국들에게 중국 의존도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경종(wake-up call)"이 되었으며 ,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WTO는 2014년 중국의 수출 할당제가 규정 위반이라고 판결했고, 중국은 2015년 이를 철폐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가지는 가장 큰 영향력은 단순한 채굴 능력보다는, 특히 중희토류에 대한 복잡한 분리·정제 공정을 거의 독점적으로 통제하는 데서 나온다. 희토류 광상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 이들 광석을 사용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환경적으로도 민감한 과정이다. 중국은 수십 년간 이러한 정제 기술과 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다른 국가들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더라도, 정제 과정에서는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MP 머티리얼스 광산도 역사적으로 채굴한 광석이나 정광을 중국으로 보내 정제해왔다. 중국이 중희토류 정제 능력의 거의 전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중희토류 광산이 발견되더라도 대체 정제 시설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중국이 계속해서 병목 현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의 '무기'는 이 중간 단계에서의 지배력에 의해 더욱 강력해지며, 다른 국가들이 독립적인 완전한 공급망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희토류 다변화 노력은 새로운 광산 발굴뿐만 아니라, 중국 외 지역에서의 독자적인, 특히 중희토류 중심의 분리·정제 설비 구축에 집중해야 하며, 이는 자본 집약적이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과제이다.  

     

    표 1: 글로벌 희토류 가치 사슬 내 중국의 지배력 (2024년 데이터 기준)

    가치 사슬 단계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 추정치 (%) 주요 데이터 출처
    채굴 69-70  
     
     
     

    분리/정제 (전체 REO) 85-90  
     
     
     

    분리/정제 (중희토류, HREE) ~99  
     
     

    금속/합금 생산 데이터 부족  
    영구자석 제조 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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